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내 생활

[끄적]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by lovely-namjoon 2024. 10. 31.

오늘 쉬는 날.
아무 생각 없이 그림 그리고 있었다. 오늘까지 데이터 아끼려고 평소 꺼 놓다가 쓸 때만 켜서 쓰고 있었다.
블로그에 그림 올리려고 데이터 켰는데 동생에게서 한 달여 만에 라인이 왔다. 다행히도, 5분 전쯤에 보낸 거더라. 어젯밤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다음주에 올 때 놀랄까봐 말해 놓는다고.
회사에 전화해서 얘기하니 연차 다 써도 괜찮으면 원래 한국 가기로 했던 기간 포함 쭉 쉬어도 된다고 다녀오라길래 그렇게 하기로 하고, 원래 어디 갈 때 일주일, 한 달 전부터 짐 챙겨 놓는 인간인지라 짐은 더 챙길 게 지갑 정도였어서 옷만 입고 나오려다가... 아차 장례식장... 하면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가방도 검은 배낭에 다 집어넣고 나왔다.
제일 빠른 비행기가 2시인데 50분 전에 도착할 것 같아 공항에 문의하니 국제선은 1시간 전에 체크인 마감이라 하길래 4시 반 걸로 예매했다.
원래 티켓은 행사 티켓이라 변경이 안 되더라고.
마음이 급해서 그냥 예매 사이트 통해 수수료도 내고 예매했는데... 어차피 늦게(?) 가는 거 천천히 싼 걸로 할 걸 그랬나 싶다가... 이 와중에도 이런 걸 생각하는 내가 참 찌질하고 싫고...
왕복 티켓 예매하고 나니 화장실 쓰레기를 안 버리고 온 게 생각났는데... 뭐... 썩은 내 좀 나는 정도려나.
카드도... 오늘 올 것 같았었는데 나 나오고 좀 있다 왔다는데 6일까지만 보관해 준다고...
냉장고는 미리미리 비워 놓으려고 거의 다 비웠어서 남은 건 달걀이랑 피클 만들어 놓은 거... 피클... 2주 지나도 안 썩겠지.
뭐... 근데 그런 게 뭐 중요한가 싶다.
단지 조금 귀찮아질 뿐이지.
생사가 달린 문제는 아니니까.
...
아주 조금 눈물이 났고...
며칠 전에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어제 돌아가신 건데... 요양원 들어가시기 전에 영상 통화 했었는데, 그래도 연락했어서 다행이다 싶고...
뭐 그러네.

난 오늘 아침 그 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난 정말 그냥 내 인생을 살아야지 하는 생각...
연예인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어.
...
티켓 취소하고 새로 사면서 만 5천 엔 정도 더 지출했다.
카드는 기한이 안 맞아서 일본 다시 들어온 후 재배송 신청해야 할 것 같고...
친구에게 부탁 받았던 약이 있었는데 급히 오느라 못 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는 금지된 성분이 포함된 향정신성 의약품이라 하여 마음이 찝찝했었다.
출국 절차 밟는 데 시간이 걸려 2시 비행기는 무리였을 것 같은데, 4시 반은 세 시간 가량 기다리는 꼴이 되어 무료하고... 이 생각 저 생각...
딱히 입맛이 없어(아침을 든든하게 먹기도 했고) 공항 빵집에서 빵 하나 사 먹고 말았는데 뭘 더 먹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배가 슬 고프네.
정장을 입고 왔는데 구두가 너무 딱 맞아서 발이 아프고.
...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 봤는데...
외할머니가 놀이공원 가 보고 싶다 하셔서 나 대학생 때 엄마랑 동생이 서울 올라와서 같이 갔던 잠실 롯데월드... 해외여행 해 보고 싶다 하셔서 외할머니랑 막내 이모랑 나랑 갔던 교토 오사카 여행... 메가박스에 영화 보러 몇 번 갔던 것... 그것 말고는 딱히 어딜 같이 간 적은 없고 거의 늘 외할머니 집에서 봤다.
참... 고생 많이 하셨지. 작년인지 올해 초인지까지도 청소 일을 하셨으니까.
쉬신 게 정말 몇 달 안 돼.
그래도... 외삼촌도 최근 돌아와 같이 살았었고...
한스러워 하셨던 것들 어느 정도는 푸셨던 건가 싶기도 하다.
치매도... 치매 판정 받고 반 년...? 일 년 안 됐으니까, 그리 길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인데 사라진다는 것.
...
뭐라 써야 할지를 모르겠다.

'소소한 내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끄적] 한밤중에 깨다.  (1) 2024.11.03
[끄적] 토요일 아침.  (1) 2024.11.02
[냠냠] 해물 치즈 순두부찌개.  (0) 2024.10.30
[끄적] 잠이 안 와...  (1) 2024.10.30
[전시] 조르조 데 키리코 전시 봤다.  (0)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