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밤에 도착해 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어제 아침에 화장까지 마쳤다.
장손자인 사촌 오빠가 사진을 들고 장손녀인 내가 위패를 들기로 했는데 화장장 갈 때부터는 한 명이 다 들라 하여 내가 계속 들고 다녔다.
한국 오는 길에 눈물이 안 나서 눈물이 안 나면 어쩌지 하는 참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는데(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으로 보이면 어쩌나 하는) 장례식장 가니 눈물이 나더라.
엄마랑 같이 기도도 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다. 세 시간 반 정도 자고 아침에 다 같이 밥 먹고 장례 예절 다 마치고 화장장에 가서 화장하는 거 기다리고.
할머니가 풍장을 원하셨다 하여 뿌리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날 좋을 때 뿌리기로 하고 다 같이 외할머니 댁으로 가서 유품을 정리하고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외삼촌이 간짜장 나도 간짜장 아버지는 멋쩍게 웃으며 나도 같은 걸로 하지 뭐 하셨는데(아마도 간짜장이 더 비싸니까) 그 사이에 이모가 짜장이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 간짜장이라고 했는데 동생이 아까 이모가 짜장이라 했잖아 같은 거면 짜장이지 같은 거라 하셨으니까 짜장으로 해 하길래 맥락상 간짜장이지 하기는 그래서 그렇게 시켰는데 아버지가 간짜장을 갖고 가시길래 내가 짜장을 먹었다. 난 간짜장 맛을 알게 된 이후로 짜장은 돈 아낄 때 아니면 안 먹는데;; 뭐 그랬다.
딱 잘라서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난 내 주장을 못 해.
아무튼...
그러고... 제부 차로 다 같이 집에 와서 나는 옷만 갈아입고 제부 차 타고 동생 집에 가서 조카 봤다. 이번에 좀 오래 있으니 며칠 뒤에도 볼 거긴 했지만 조카가 전날에 장례식장에서 나 기다렸는지 한국 도착했냐고 카톡 보내기도 했었고... 조카 보고 싶어서 갔는데 전날 밤에 만든 가루쿡 햄버거를 잘라서 햄버거 종이 트레이에 큰이모 거라고 써서 넣어 놨던 걸 주더라. 바로 가길 잘했구나 싶더라.
그러고 유치원 갔다 오는 작은 조카 기다렸다가 얼굴 보고 난 너무 졸려서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잤다.
6시 좀 넘어 잠들어 6시 반에 일어났다.
사실 너무 껌껌해서 새벽 2~3시쯤인 줄 알고 아 어떡하지 더 잘까 하다가 시계 한 번 봤는데 6시 반이길래 그냥 일어났다.
일제강점기 때 시차도 고려 안 하고 시계 통일한 걸 계속 쓰고 있으니... 한국인은 강제 연중 서머 타임...
한밤중에 일어나 새벽에 출근하는 꼴.
아무튼...
유품 중 외할머니 나 막내이모 칸사이 여행 갔을 때 내가 외할머니랑 이모 같이 찍어 드린 사진이 있었는데 두 분 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라 좋았다.
난 그나마 치매가 심하게 오기 전인 반년 전에 뵙고 일본 갔어서인지 기력이 없는 할머니 모습은 마지막으로 한 영상통화에서뿐이라 할머니가 아프셨다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아팠을 때 외할머니 댁에서 며칠 살기도 했던 터라, 나한테는 익숙한 집인데, 이제 할머니는 안 계시고 삼촌만 있다.
뭐 그렇다.
유품을 정리하다 큰 외삼촌 감사패를 할머니가 보관하고 계셨던 게 나왔는데, 누구는 버리자고 했고 막내 이모는 큰 오빠 건데 (왜 버리냐고) 했다.
뭐 그랬다.
한밤중인 줄 알고 일어났더니 예전 같았으면 새벽이라고 했을 시간인데, 일본에도 살았다 보니 한밤중을 왜 새벽으로 만들어 놨나 싶다. 새벽... 이제 동이 튼다.
ㅡ
집에 왔더니 그냥 계속 여기 있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참 싫었었는데, 그래도 내가 10년 가량 산 곳이다.
그러나 취직, 거주 문제 등을 생각하면 내가 돌아오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한국에 올 거면 요양이나 복지 관련 자격증을 따서 그쪽으로 취직하라 한다. 취직 잘 된다고.
...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냥 일본이 나은데.
마음은 한국에 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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