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엄마랑 같이 미사에 다녀왔다. 엄마가 할머니 미사 봉헌해서 미사 중 할머니 이름이 세 번 불렸다.
사촌 언니랑 통화했을 때는 미사 간다 하니(옆에서 엄마가 미사 얘기를 해서) 냉담 중이라고 고해 성사 꼭 해야 한다고 했는데 엄마는 마음도 없는데 그럴 필요 없다며(엄마도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그냥 가슴에 손 얹고 나가면 영성체 대신 안수해 주실 거라고 하여 그렇게 하였다. 신부님께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합니다 해 주시는데 되게 따스한 기분이 들었다. 난 여전히 믿음은 없지만, 타인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한다 말해 주는 게 참 좋은 느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성당에 갔는데 수녀님 신부님 할머니들께서 딸이냐며 따스하게 인사해 주셔서 이런 것 때문에도 종교 생활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미사에 간 동안 아버지는 외삼촌, 이모 부부와 외할머니 유골을 뿌리고 오셨다. 외할머니가 교회 사람들과 종종 갔던, 우리랑도 올해인지 작년인지에 도시락 싸서 소풍이랄까 야유회랄까 바람 쐬러 갔던,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 나무 밑에 묻었다고 했다.
엄마는 50일 미사를 예정했었는데 돈 부담 때문이었는지 30일 미사를 봉헌하는 걸로 했더라.
그러고서... 내가 신고 온 로퍼가 발이 너무 아파서(장례식장으로 바로 가는 거라 로퍼를 신고 왔는데 서서 하는 일을 오래 해서인지 살 때는 작지 않았던 신발이 너무 꽉 끼어 발이 아파서) 집에 뒀었던 옛날 신발을 신었더니 너무 오래돼서 신었더니 신발 껍질이 다 벗겨지거나 너무 작거나 하여, 미사 마치고 같이 시장에 가서 엄마가 신발을 사 주었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부터 갔던 신발집이다.
그러고서 집에 와서 엄마가 피자 만들 준비를 했고 나는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순대를 넣으면 맛있겠다 했더니 엄마가 나중에 순대를 사다 준다 하였다. 그러고서 나는 잤다. 너무 졸려서...
일어나 보니 세 시 반쯤이었고 엄마가 피자도 만들어 뒀고 순대도 사다 놓으셨다. 떡볶이에 순대를 넣어서 먹고 피자도 한 조각 먹는데 조카랑 동생 생각이 나 연락하여 싸들고 가기로 했다. 엄마가 마침 큰 조카가 잘 먹는 코다리조림도 만들고 있었던 터라 다 싸들고 갔다.
조카들이 피자도 잘 먹고 코다리조림도 잘 먹고 동생이 떡볶이 국물에 순대 넣은 걸 맛있게 잘 먹었다.
엄마랑 나는 조카들이랑 한참 놀고 동생은 그 동안에 웹툰 보며 쉬었다.
두 시간 정도 놀다가 집에 왔다.
한국에서 생활하면 스트레스 받는 지점들이 있다. 무단 주차라든지 빨리빨리 문화라든지... 거슬리고 막말 나오는 지점들이 있다. 이래저래 일본이 조용하고 깨끗하고 살기는 편한데, 마음이 더 편한 건 한국. 한국 사람이라 그렇겠지.
한국에 들어와야 하나 하는 생각은... 늘 한다. 뭐 먹고살아야 하나 싶어서 그렇지...
와서... 대충 씻고서 자려고 했는데, 장례 치른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쇼핑이나 하는 게 참... 그렇다 싶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여... 이런저런 브랜드들을 살짝씩 본 뒤 클리오가 할인도 많이 하고 사은품도 많이 주고 제품 종류도 다양하고 신규 회원 쿠폰도 있고 하여 클리오에서 필요한 것만 쏙쏙 뽑아 약간의 고민 끝에 주문했다. 5만 4천 원 정도 결제.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 사면 아무래도 수입인지라 한국 정가보다 좀 더 비싼 가격으로 살 수밖에 없어서, 화장품을 사야지 했었거든...
한국에서 살 때는 진짜 고민고민하게 돼. 통장에 돈이 별로 없어서 그렇겠지...;;; 내가 화장품이나 지를 때가 아닌데...;;;
선밤이 구멍이 난 상태여서 금방 다 쓸 것 같아서 선크림, 클렌징밤 다 써서 클렌징오일 사서 쓰고 있는데 예비로 클렌징밤, 잡티 크림은 고민하다가 그냥 패스(세럼 크림 다 썼었지만 딱히 효과를 못 느꼈던 터라... 병원 가는 게 제일 빨라. 화장품을 몇 통이고 써야 하는 걸 생각해 보면 병원비가 더 싸게 칠 수도 있고), 엄마 선물로 요 몇 년간 책만 드렸던 터라 비건 립스틱(고등학생 때 엄마 선물로 싸구려 립스틱을... 브랜드긴 했지만 제일 싼 걸 드렸었던 게 늘 마음에 걸렸었기도 했고. 그때는 엄마랑 사이가 많이 안 좋았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와중에도 생일 선물을 사러 시내까지 나가고 또 예쁜 걸 골라서 샀었다. 사이가 나빠서라기보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랬었을지도. 말은 험하게 했었으나...), 모공 클렌저... 섀도 팔레트 이유는 모르겠지만 1/3 가격으로 파는 게... 딱 내 피부 톤인 겨울 쿨톤 팔레트가 있길래 아 또 쓸데없는 소비를 하는 걸까 하면서도 주문했다.
그리고 사은품으로 엄마 드릴 리페어크림, 나 쓸 모공 패드, 쿨톤 립틴트(옷 나는 립 돈 안 들이고 받는군 개꿀 하면서...), 랜덤 글로스 라이너를 선택했다.
알찬 쇼핑일 거야 생각하며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
ㅡ
엄마가 외삼촌 유품인데 외할머니가 쓰고 있었던 손목시계를 나에게 주었고, 나는 외할머니 막내이모와 여행 다녀와서 만들었던 사진집을 엄마에게 드렸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그래도 참 추억을 많이 만들었었구나 하는 것.
어디 갈 때 같이 간 적이 많고 명절 때도 친가에는 안 가도 외가에는 꼬박꼬박 갔었고.
할머니 그곳에서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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