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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내 생활

[영화] 키메라 봤다.

by lovely-namjoon 2024. 11. 21.

키메라


오랜만에 데마치자에 갔다. 한 7개월 만인가...
키메라를 봤다. 환상; 幻想.
일본 제목은 도굴꾼과 잃어버린 여신.
일본 제목 보면 무슨 코미디 같은데... 코미디인 줄 알고 봤는데... 코미디가 아니더라.
룩백도 보고 싶긴 했는데 만화도 봤었고 만화 결말을 잊어버리긴 했는데 되게 슬펐던 기억이라 그냥 안 봤다.

키메라는... 잃어버린 사랑을, 환상을, 자신이 사랑이라 느꼈던 그 사랑만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현실에서 나중에 현실의 사랑을 찾아갔을지 어쨌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일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공감해 버린 게, 나도 환상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신을 잃기까지 했었고.
심지어 난 만난 적도 없다.
다른 점은 내 환상은 뚜렷이 존재하고 있는, 실재하는 존재이나 내게는 닿을 수 없기에 환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재하는 것도 때로는 환상이 되고 망상이 된다.
널 좋아하는데 난 너의 실재가 어떤지도 모른다.
아아, 망상 속에서 난 네가 AI는 아닐까 생각한 적마저 있다.
환상의 끄트머리를 꼭 붙잡고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실재하고 있지만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처럼, 나 또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에서 환상 속의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내 삶이 환상이 돼 버리기도 했던.
널 사랑하나? ... 좋아한다. 아주 많이.
이따위 환상에 잠긴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될지가 알 수 없어서, 좋아한다고밖에 말하지 못 하겠다.
슬펐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아픈데 널 계속 좋아하고 싶은.
그러나 이러다 또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널 영영 잊으려 할지도 모르겠어.
넌 환상이고 난 현실을 살아가야만 해.
그리고 나도 외로워.
그렇지만 너 같은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 ... 너만큼 좋아지는, 너만큼 설레는 사람도 없어.
내 심장은 널 향해 뛰니까. 진짜로.
그렇지만, 때로는 나도 사랑받고 싶어.
그래서 외로워.
... 이 영화는 아름다웠지만 슬펐어.
난 그냥 널 많이 많이 좋아해. 그래서 아팠어. 그래도 좋아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 나도 환상을 사랑하는구나... 내 처지가 이 사람과 비슷하구나... 싶었어.

일시적으로 머무는 장소예요.
인생도 일시적인 거잖아요.

ㅡ 극 중 '이탈리아'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