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선물을 캐리어에 막 챙겼다. 캐리어에 냉장고도 넣고 떡도 넣고... 그러다 아 외할머니 돌아가셨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 꿈이구나... 하면서 깼다.
외할머니 30일 미사를 엄마는 아직 가고 있을 거다.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나는 잠시 울었었고, 그러고서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후회됐던 것이, 내가 다섯 살 때인가? 어릴 때, 외할머니가 아나 노래해 봐라 돈 줄게-라고 하셔서, 친척들이 모여 있는 데서 노래하기가 싫었던 것인지, 돈 주면서 노래해 보라고 하는 게 싫었던 것인지, 나 노래 안 할 거야 하면서 울면서 뛰쳐나갔던 적이 있다.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기억이 있고 그 뒤로는 노래를 나한테 시키신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어릴 때라 내가 뭐 깊게 생각할 정신머리가 없는 나이이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나중에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악보집을 많이 샀었는데 외할머니댁에서 50~60년대 가요집? 오래된 가요집을 발견하고서 가져가도 되냐고 여쭤 보고 가져온 적이 있었다. 가끔 쳤지만 자주 치지는 않았다. 그러고서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셔서는 그 책 다시 가져가면 안 되냐고, 책 보고 노래도 부르고 했는데 없으니 허전하다 하셨다. 그러고서 다시 드렸던 것 같긴 한데 드리려 하니 됐다 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후회가 됐었다.
남에게서 뭔가를 받아올 때는, 그 사람이 필요 없다고 그쪽에서 먼저 주는 것 같으면 받아와도 괜찮지만, 욕심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욕심 내면 안 된다. 뭐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 내가 탐내는 게 딱 하나 있는 것 같은데, 닿을 수도 없는 그 아이를 탐을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상사병까지 걸렸던 거다. 이루고 싶은 욕망이 너무 큰데 못 이룬다는 걸 알고 있어서 참다가 병이 되어 끙끙 앓다가 몸도 정신도 맛이 갔던 게지.
요즘 또 그 아이 생각에 골몰하게 될 때가 있다. 내 옆에 그 애가 있었으면... 하고. 가까이서 보는 그 애는 얼마나 곱고 예쁠까. 그 애 목소리, 그 애 온기(스킨십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어느 정도 가까이 있으면 보통 온기가 느껴지니까. 특히 남자들은 체온이 높아서)는 얼마나 또 좋을까. 같이 책도 읽고 같이 전시도 보러 가고 같이 산책도 하고... 뭐 이런... 주제 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서... 나 또 이러네 싶고, 욕심을 버려야지 생각은 하는데, 그 애 생각하는 게 좋아서 자꾸 생각하다 보면 또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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